<유망산업현장> ㈜그린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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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7.05.28. 오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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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안경을 쓰자 극장 같은 대형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달리는 자동차 운전석 유리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나타났다"

어린 시절 SF영화나 만화책에서 봤을 법한 이런 신기한 장면을 광학기술로 현실화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충북 청원군 오창읍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그린광학(대표 조현일.41)이다.

이 회사는 광학렌즈의 설계부터 가공, 코팅, 평가까지 모든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광학부품 및 광 시스템 기기(광학계) 전문생산 업체다.

광학제품 하면 흔히 카메라 렌즈나 안경을 떠올리지만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용 광학계 등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린광학은 광학기술 분야 선진국인 일본 등의 업체에는 다소 뒤쳐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올해 회사 창립 10년 만에 연매출 100억 원 돌파를 바라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망기업이다.

◇ 고속성장 원동력은 `패기' = 그린광학이 자랑하는 유무형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가 젊다는 점이다.

대표이사의 나이에서 읽혀지듯 연구, 생산직 가릴 것 없이 직원의 대부분이 40세 미만이다.

그린광학이 단기간에 성공궤도에 오른 원동력은 바로 이 같은 젊음과 열정이었다.

일본계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97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조 대표는 2년 뒤 법인 전환(자본금 3억 5천만 원)과 함께 직원 4명으로 청주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고출력 의료 레이저용 광학 부품 개발로 첫발을 내디딘 조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제조 장비의 광학 부품 등을 국산화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조 대표는 "취약한 국내 광 산업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는데 일부 핵심 광학 부품의 국산화 등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린광학은 2003년 지금의 오창산단에 전체면적 2천640㎡ 규모의 공장을 지어 이전한 뒤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내실을 다져나갔다.

2004년부터는 LCD 제조용 대형 오목렌즈를 국산화한 것을 계기로 삼성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포스코, LG필립스 등 굴지의 회사를 포함해 국내외 200여 개 거래처를 확보하며 국내 광학산업의 선도업체로 부상했다.

◇ 다품종 소량생산이 '성공 열쇠' = 그린광학은 2003년 13억 원, 2004년 31억 원, 2005년 43억 원, 지난해 51억 원 등 매출 신장으로 사세가 확장되자 2005년에는 오창산단에 제2공장을 건립했다.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종업원도 10년 사이 70여 명으로 늘어났다.

부침이 심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그린광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개발에 비중을 두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회사 임직원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그린광학은 휴대전화 렌즈 등 동일 아이템을 양산하기 보다는 경쟁력 있는 여러 종류로 승부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제품을 거래처의 주문에 따라 설계 제조했고 대량 생산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을 채택했다.

창업멤버인 김동균 연구소장은 "아무나 만들지 못하는 다양한 첨단 제품을 꾸준하게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며 회사가 더욱 발전해도 이런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고집'으로 얻은 가시적인 성과가 LCD 제조 및 검사용 광학계 개발, 반도체장비에 사용되는 초정밀 산업용 현미경 개발, 360도 관측 카메라 시스템 개발, 먼지 검사 광학계 개발 등이었다.

또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동상 및 충북 과학기술 발명품 전시회 발명왕 상 수상(2001년), 벤처기업 및 기술혁신형 이노비즈 기업 선정(2002년), 부품 소재 전문기업 인증 획득(2005년) 등의 성과도 거두었다.

순이익의 30%를 사원들에게 돌려주는 등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직장문화도 이 회사의 성공담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완제품 시장도 '노크' = 요즘 그린광학은 창업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2개 아이템의 시장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크게 고무돼 있다.

처음으로 산업용이 아닌 상업용 완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50만 원대의 저렴한 프로젝터 TV인 '뷰셀'이며 다른 하나는 초경량 안경형 모니터(HMD)다.

뷰셀은 내부에 TV 튜너가 내장돼 있어 가정에서도 공간이 확보되면 120인치 화면 크기로 영화,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허와 실용신안 등 그린광학의 모든 기술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HMD는 기존 PMP 기능 등을 모두 구현하는 일종의 검은색 안경으로, 이 것을 쓰면 5m 전방에 펼쳐진 54인치 화면을 통해 역시 영화 감상 등 다양한 기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린광학은 자사 브랜드로 이들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가는 마케팅 능력 및 자본력 약화로 고전할 수 있다고 보고 대기업과의 제휴를 모색중이며 수출길도 열기 위해 해외 구매자들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김동균 연구소장은 "우리 제품에 매료돼 액수와 상관없이 '특허 등 제품을 통째로 넘길 수 없느냐'고 물어 온 바이어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 향후 목표는 '아시아 넘버 1' = 제천고와 청주대 물리광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의 중.장기 목표는 매출 기준 아시아 1위로 우뚝 서는 것이라고 한다.

군사용 무기 분야에 관심을 돌려 고정밀도의 광학 센서를 개발하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제도 설정했다.

당장은 영문 회사 이름(Green Optics)에서 따온 자사 브랜드 'GO'의 이미지가 말해주듯 신기술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조 대표는 "광학은 모든 산업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업종"이라며 "세계적으로 이미 특허가 등록돼 있는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그 틈새를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내 세대에서는 아시아 1위가 목표"라는 그는 "오늘의 성공은 직원들이 그 동안 열심히 뛰고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 준 결과"라며 "선진국 광학 기술자를 초빙하는 등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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